갤러리 포도나무 개관전 다시 한번 봄이다. 우리는 모두 지난 한 해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일상이 유지되기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냈다. 살얼음 위를 걷듯 조심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동안 많은 것들이 일상에서 사라졌다. 공공 도서관과 미술관, 문화의 전당은 폐쇄되었다. 전시와 공연은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예술은 관객의 미적 경험을 의도하는 것이면서도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정보와 지식의 하나처럼 취급된다. 하지만 관객이 된다는 것은 경외를 가지고 전시장을 찾아 예술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와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기쁨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지식이 이러한 경험을 대치할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문화가 사라진 자리의 공백이란 바로 다른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일상적 즐거움의 상실, 미적 경험의 상실에 가깝다. 이 빈자리에 전시 「새 봄! 제비를 부른다」는 열린다. 갤러리 포도나무가 위치한 가연지소(佳燕知素)에는 자그마한 제비집이 있다. 아름다운 제비가 본디 돌아갈 곳을 안다는 이름의 작은 집에서 이번 전시는 우리가 맞이한 봄과 제비들이 돌아올 때가 되었음을 알린다. 전시에는 『월간잡초』의 까시, 김성희, 로사, 류승옥, 봄날, 옥인동 강, 이제, 수잔, 정여우림, 정원, 최정란, 프르르가 참여한다. 이는 2019년 전시(신세계 선이고운치과갤러리)에 이어 광주에서 갖는 두 번째 전시다. 『월간잡초』는 이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제작되는 비정기 간행물이다. 이들 예술가에게 ‘잡초’란 부족함 없이 세상을 이루는 존재의 가치를 의미한다. 살아있음이라는 존재의 일관성에 대한 이들의 시선은 세계와 폭넓게 연결된 자신의 자연스러운 행복감을 드러낸다. 관객으로서 우리는 「새 봄! 제비를 부른다」를 통해 이들 옆자리에 앉아 이들이 시적 시선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성찰과 이야기를 경청하고 확인할 수 있다. 그리움은 정원 판화작업의 원동력이다. ‘별의 조각’ 시리즈는 볼 수 없고 사라져버린 이미지들을 포갠다. 정원의 현재는 기억과 기억이 포개지는 그 지점에 있다. ‘걸어 다니는 봄’ 시리즈(류승옥)는 관계를 이루는 삶의 성질에 주목하고 이를 움직이는 공간으로 표현하며, 수잔은 반려견 복순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마음을 두터운 물감 아래 형상화한다. 정여우림은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생생하게 먹었던 경험의 결과로서 방울토마토의 색과 형태 자체가 자신의 오래된 기억들과 만나 새롭게 결합하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따뜻한 햇살 아래 텃밭 한편에 있는 팬지를 그린 옥인동 강의 수채화는 봄을 맞이하는 느긋하고 덤덤한 그의 시선을 드러낸다. 까시는 “이런 걸 왜 그릴까?”라고 농담처럼 자신에게 묻는다. 그러나 이 질문은 반복적 형상과 변화로 나타나는 자기 작업 과정 자체를 관조하고 탐구하도록 이끄는 힘이다. 드로잉 ‘소리 “오”’(최정란)는 모든 존재가 열매이면서 씨앗이기도 한 창조와 감탄과 긍정의 의미를 놀라움의 소리에 직관적으로 담아낸다. ‘쪽빛 지도’(로사)는 씨앗에서 시작한 염색 문화를 보여준다. 이 인터넷 플랫폼은 다양한 쪽 식물과 각 문화 고유의 천연 쪽 염색 방법을 소개한다. 생물학도로서 순간을 관찰하는 봄날은 새싹과 아지랑이와 비에 젖은 흙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냄새와 봄의 순간들을 채집하고 조향한다. 겨울을 지낸 중랑천과 람천의 새들(이제)은 계절을 건너 날아오른다. 봄이다. 가연지소에도 지난여름 때아닌 큰비가 시작하기 전에 떠나간 제비가족들이 돌아올 때가 되었다. 이들 예술가와 관객인 우리의 봄은 제비를 부른다. 4월의 봄날 해 질 무렵, 서로를 다독이는 프르르의 메아리 공연은 어쩌면 제비가족을 맞이할 노래가 될지도 모르겠다. 김성희의 봄날 제비가 그려진 초대장과 함께, 어디서든 흔한 풀들이 생동하는 새 봄의 제비를 부르는 전시는 시작되었다. 큐레이터로서 삼가 이들의 ‘새 봄!’을 모든 분께 알린다. 2021년 3월 10일정현주 독립큐레이터, 철학박사 작가 노트 & 전시 전경 보기> -